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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커플에 실패한 모든 사람들은 재활치료를 받습니다. 그들은 한 호텔에 강제 수용되어 함께 지내며 일정 기간 동안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간 안에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로 변합니다. 여기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떤 동물로 변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뿐입니다. 주인공 '데이비드'도 그중 한 명으로 아내와 결혼생활을 실패하고 호텔로 끌려들어 옵니다. 호텔의 커리큘럼은 오직 커플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호텔의 직원들은 호텔에 수용된 모든 사람들에게 커플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장점을 마케팅하고 반대로 커플이 되지 못하면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 경고하며 결국 동물이 되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데이비드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호텔 안에서 주어진 기간 동안 커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은 상대방과 같은 점을 찾아 관계를 맺으려고 하고 만약 같은 점이 없다면 같은 점을 억지로 만들어서 인연을 꾸며내기도 합니다. 데이비드도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보았지만 결국 커플이 되지 못하고 호텔 밖 숲 속으로 도망칩니다. 그 숲에는 데이비드처럼 호텔에서 도망쳐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문화의 원칙은 호텔의 원칙과는 정반대로 혼자서 자유롭게 생활하되 커플이 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데이비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숲에서 자신과 비슷한 점을 가진 여자를 만나 단번에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그 숲의 사람들 몰래 서로 깊은 관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결국 둘은 꼬리가 잡히게 되고 그 숲 무리의 책임자는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진 여자를 의도적으로 장님으로 만듭니다. 데이비드와 여자는 그 책임자를 따돌리고 숲에서 도망쳐 하염없이 걷습니다. 마침내 둘은 도시에 도착하였고 데이비드는 시력을 완전히 잃은 여자와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시력도 없애겠다고 여자에게 이야기합니다. 여자는 시력을 없애기 위해 자리를 비운 데이비드를 자리에 앉아 기다립니다. 데이비드는 자리를 떠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눈을 직접 손상시키기 위해 칼을 눈에 가까이 댑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데이비드가 자신의 눈을 그 칼로 찌르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여자만이 오지 않는 데이비드를 계속 기다리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영화에서는 끝내 데이비드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나오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는 여자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우리는 데이비드가 돌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할 수는 있지만 감독은 결말을 완전히 매듭짓지 않고 영화를 끝냅니다.
데이비드는 돌아왔을까
데이비드는 여자에게 돌아왔을까요? 데이비드가 자신의 눈을 손상시켜 시력을 없애려고 했던 것은 여자와의 공통점을 만들어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데이비드와 사람들은 모두 공통점으로 사랑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의 장면들에서 볼 수 있듯이 서로 간의 공통점은 관계의 접점을 만드는 수단일 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 사람들은 커플이 되기 위해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심지어 없는 공통점을 인위적으로 만들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그 관계를 시작하거나 이어나갑니다. 이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동질혼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예상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우리에게 사랑의 감정이 찾아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혼은 서로 여러 방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됩니다. 모든 면이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습니다. 또 이것과는 별개로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완전히 구분된 관계를 맺음에도 대부분 비슷한 나이와 인생의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합니다. 결혼이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고 또 각각의 커플들이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예측불가능한 사랑의 특성과는 부합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 이유는 그 사랑이 분명하게도 두 사람의 노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가 결국 돌아왔는지보다 중요한 건 결코 사랑은 인위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모두들 20대에 연애를 해서 서른 살에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노력하여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맞을까요? 우리가 어느 날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그 사람과 삶을 함께 살아간다면 그 관계는 유일무이한 관계입니다. 영화 속 호텔 같은 이 사회에서 정의하는 옳고 그름에 맞춰 우리의 삶을 완성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그 자체를 잊어버릴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혹은 현재 함께하고 있다면 세상의 잣대보다 이 값진 기적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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