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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평생을 혼자서 우주의 미아로 살아야 한다면
우주선 아발론호는 인류가 살아갈 제2의 행성으로 이동 중입니다. 그 행성은 아발론호의 속도로 120년을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머나먼 행성입니다. 우주선 선장과 승무원을 포함한 5000여 명의 탑승객은 동면상태로 이동합니다. 왜냐하면 생체리듬을 멈추어야 노화되지 않은 채로 120년 뒤에 행성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발론호는 이동 중에 운석과 충돌하여 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문제로 인해서 주인공 짐 프레스턴은 아발론호가 항해한 지 30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동면에서 깨어납니다. 짐은 당연히 아발론호 탑승전 안내를 받은 것처럼 도착할 시점이 다 되었기 때문에 깨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짐은 우주선 내부 어디에서도 본인처럼 깨어난 탑승객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직감한 짐은 우주선 내부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찾습니다. 마침내 짐은 우주선의 이동항로 데이터를 발견하고 현재 우주선이 어디까지 이동했는지 알게 됩니다. 짐은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90년을 더 이동해야 행성에 도착한다면 짐은 남은 평생을 우주선에 갇혀 살다가 죽어야 합니다. 짐은 다시 동면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지만 다시 동면상태로 들어가려면 특수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우주선 안에서 다시 동면상태로 되돌릴 방법은 없었습니다. 짐은 자신이 지금 아발론호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봅니다.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스템에서 찾아보고 승무원들을 깨울 수 있는 방법도 찾아봅니다. 하지만 짐은 비로소 아무것도 이 상황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우연히 바에서 바텐더 로봇 아서를 발견합니다. 그 이후로 짐은 매일 술을 마시며 현재 온 우주에서 그의 유일한 친구인 로봇 아서와 대화를 하면서 그리고 체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짐은 아서의 조언대로 우주선에서 남은 삶을 즐겨보려 하지만 최고급 시설과 최고급 음식도 짐의 마음속의 공허함을 조금도 채울 수 없었습니다. 저는 영화의 이 장면에서 짐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은 어떤 물질로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짐은 술만 마시며 폐인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자살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자살방법은 우주복 없이 우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짐은 술을 마시고 자살할 준비를 다 하고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결국 버튼을 누르지 못합니다. 짐은 이렇게 폐인처럼 살면서도 자살할 용기조차 없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비참하고 서러워서 눈물을 흘립니다. 짐은 넘어져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을 때 동면 캡슐 하나가 짐의 눈에 들어옵니다. 캡슐 안에 잠들어있는 오로라를 발견하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 이후 짐은 오로라에 대한 저장된 자료를 찾아보며 점점 더 사랑에 빠집니다. 텅 비어있던 짐의 하루가 오로라에 대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채워지면서 짐은 체념했던 자신의 삶 속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너무나 이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짐은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짐은 오로라와 함께 사는 상상을 하다가도 이 상상은 끔찍한 일이라고 되뇌며 체념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짐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은 로봇과 대화하며 혼자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짐은 결국 자기도 모르게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수백 번을 다짐했던 일을 저지릅니다. 그 일은 바로 잠들어있는 오로라를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짐은 오로라의 삶을 부숴버린 파괴자인가
그렇게 오로라는 동면에서 깨어납니다. 짐은 오로라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짐은 오로라에게 자신은 1년 전에 캡슐의 알 수 없는 문제로 인해 동면에서 깨어났다고 말하고 그녀도 자신처럼 사고로 동면에서 깨어난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짐이었어도 오로라에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오로라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오로라는 1년 전 동면에서 깨어났던 짐처럼 큰 절망에 빠집니다. 오로라는 어떻게든 이 잘못된 상황을 되돌리려고 노력합니다. 오로라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시도하는 모든 행동들은 짐이 혼자서 1년 동안 겪었던 것들이었습니다. 오로라는 짐의 도움으로 짐보다는 훨씬 더 빠르게 현실에 순응하고 우주선에서 살아가는 삶에 적응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짐의 오랜 바람대로 진짜 사랑에 빠집니다. 짐뿐만 아니라 오로라도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한 날들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었습니다. 눈치가 없는 바텐더 로봇 아서 때문에 오로라는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 비밀은 오로라는 사실 사고로 동면상태에서 깨어난 게 아니라 짐이 일부러 깨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로라는 절규합니다. 그녀는 짐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짐은 오로라가 제2의 행성에서 꿈꿔왔던 삶을 없애버렸습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꿈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숴버렸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그 끔찍한 비밀이 밝혀진 후 짐과 오로라는 서로 대화조차 하지 않습니다. 짐이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얘기했지만 오로라는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오로라에게 짐은 그저 자신의 삶을 앗아간 괴물이었습니다. 우리가 만약 영화 속 짐의 상황이었다면 오로라를 깨우지 않고 남은 삶을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요? 만약 지금 생각했을 때 혼자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더라도 정말 장담할 수 있을까요? 오로라를 깨우지 않기 위해 수백 번을 다짐했던 짐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짐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결국 짐은 오로라를 깨웠지만 그것은 어쩌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가 짐이었다면 짐이 참았던 것만큼 오래 견디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평생 한 사람을 매일 선택할 수 있는가
짐과 오로라는 우주선의 문제를 알게 되고 우주선을 고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우주선을 고치기 위해서는 한 명이 우주선 밖으로 나가서 고장 난 우주선의 열 배출구를 직접 열어야 했습니다. 짐은 열 배출구를 직접 열고 우주선을 고쳤지만 배출구에서 나온 열기에 의해 안전줄이 끊어지며 우주복의 산소조차 고갈됩니다. 짐은 자신이 죽을 것이란 걸 알고 마지막으로 오로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합니다. 오로라는 오열하며 짐을 구하러 직접 나가 기적적으로 짐을 구하고 의료용 캡슐로 짐을 살려냅니다. 그렇게 짐과 오로라는 5000여 명의 인류를 구하고 다시 우주의 미아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짐은 자신이 들어갔었던 의료용 캡슐의 숨겨진 기능을 발견합니다. 그 기능은 한 명의 사람을 다시 동면상태로 돌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짐은 오로라에게 의료용 캡슐로 들어가 제2의 행성에 가서 꿈을 이루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장면은 90년의 시간이 흘러 5000여 명의 승객들이 깨어나고 오로라의 편지가 읽힙니다. 편지에는 짐과 오로라는 우주의 미아였지만 서로를 선택해 새로운 아름다운 삶을 만들었다고 쓰여있습니다. 저는 이 마지막 편지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편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짐이 오로라에게 다시 캡슐로 들어갈 것을 제안했지만 오로라는 다시 캡슐로 들어가지 않고 짐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오로라는 그날 모든 걸 선택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제든지 동면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의료용 캡슐은 항상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것은 오로라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짐이 아닌 제2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로라는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짐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 둘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요? 저는 결혼이란 평생 함께할 사람을 지금 이 순간 결정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란 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평생 함께한다는 건 어쩌면 시작하기 전에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요? 당신의 삶에 누군가가 매일매일 당신을 웃게 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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